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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세상을 만드는 노인 3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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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세상을 만드는 노인 3인의 삶
  • 공지애
  • 승인 2000.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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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나는 인생은 이제부터"/ 경륜 살린 봉사활동으로 맹활약//

일에 쫓겨 노년에 대한 설계나 준비없이 퇴직을 맞은 이에게 은퇴 후의 인생은 순조롭지만은 않다. 하지만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적지 않은 나이에도 꿈을 잃지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그 삶의 현장에서 진주처럼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다.

◆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눠줄 사람이 있어 행복하고, 나에게도 공부가 되니 서로에게 좋은 일이지요."

엔지니어 출신인 지선익(73, 대림3동)씨는 구로노인종합복지관(구로5동)에서 일어강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동안 그는 일 관계로 일본을 자주 다녔고 일어회화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퇴직후 학원 강사를 하기도 했지만 나이 많은 그에게 그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복지관을 다니면서 그의 일본어 실력이 알려졌고, 3년전부터는 노인들을 대상으로한 일어교실에 어엿한 강사로 추천이 되었다. 일주일에 두 번 강의를 하는 지씨는 "수업때마다 노인학생들에게 '선생님'소리를 들으면 힘이 저절로 난다"고 말한다.

그외의 시간엔 부업(?)을 한다. 자동문 만드는 사위 공장에서 부품조립 등 간단한 것을 도와주고 있단다. 작업장에 읹아 있으면 피곤한 지 모른다고. 그의 취미는 인터넷 서핑, 인터넷을 통해 일어를 가르치는데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찾는 등 신세대에 결코 뒤지지 않는 취미를 가졌다.

"지금 나이에 새로운 돈벌이를 하려는 것은 위험합니다.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까요. 젊어서부터 손에 익은 것이나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 하다고 봅니다." 그는 노년의 새출발을 하는 이들에 대한 따끔한 충고 한마디도 잊지 않는다.

◆서울시 교육청 학교보건과장을 지낸 김지주(60, 신도림동)씨는 퇴직 후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자신의 노년을 투자할 만한 일을 발견했다. 그 기사는 "금빛평생교육봉사단에서는 전문적 능력과 경험을 축적한 퇴직자(교원, 공무원, 전문가 등)를 모집해 소외계층을 돕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활동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전공분야를 살리고 동시에 봉사를 통해 보람도 느낄 수 있다고 판단한 김씨는 곧바로 금빛평생교육봉사단에 가입하였다. 현재 봉사단의 많은 활동분야 중 환경팀에 소속되어 '학교환경지킴이'로서 맹활약 중이다. 그는 교육직 퇴직자답게 개인적 노하우도 풍부했다.

"현장에서 만나는 봉사자와 맘이 척척 맞아 신바람이 납니다. 또 그들 중에는 교육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한 번 더 놀랬구요."

같은 또래의 봉사자와 함께 일을 하니 마음이 든든하다는 김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주어진 활동을 꾸준히 해나갈 터"라고 자신있게 밝혔다.

◆이종갑(69, 신월동)씨는 구로L아파트(구로5동)의 경비반장이다. 수산업 협동조합에 근무하던 그는 사직 후 여러가지 사업을 벌였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맨손으로 서울에 올라온 그는 뭐든 가리지 않고 일하리라는 마음을 먹고 직업알선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나이많은 그에게 사무실에 앉아있는 일이 돌아올리가 만무했다. 이씨에게 추천된 일은 아파트 경비원이었다.

"솔직히 경비원을 하고 싶어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가 섰기 때문에 이 일에 뛰어들 수 있었죠. 자식들은 물론 주위에서도 반대가 있었지만 일을 안하고 집에 있으면 자식에게 손벌려야 하는데 그러고 싶진 않았어요."

그는 아직 활동력이 있어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한 일이라고 말한다.

수도가 고장이 나거나 전기가 나가고, 청소가 안되있는 등 아파트 주민에게 일어나는 일은 가장 먼저 경비실로 연락이 온다. 그러면 각 부서별로 연결을 하고 그 결과까지도 확인 하는 등 그는 주민의 민원처리반장의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다양한 자신만의 활동으로 노년을 보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 신경정신과 의사는 "주변을 잘 돌아다보면 상담이나 봉사활동, 안내 등 노인이기에 더 잘 해낼 수 있는 보람있는 역할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노년의 행복은 구하는 자의 것이기에 주저앉기보다 남은 삶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homek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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