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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강우석 감독, 아직 녹슬지 않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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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강우석 감독, 아직 녹슬지 않았군요?
  • 구로타임즈
  • 승인 2000.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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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강우석 감독, 아직 녹슬지 않았군요?



지독한 형사대 악독한 범인의 한판 대결



'공공의 적'은 강우석 감독의 연출력이 아직까지 건재함을 증명하는 영화다.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이후 4년만에 메가폰을 잡은 강우석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이번 영화는 충무로 파워 1위라는 그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제작, 투자, 배급 모두에 관여하고 있지만 역시 '감독'이 본업이라는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예전 영화들에 비해 한층 성숙된 연출력이 눈에 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어느 여름밤, 주택가 골목에서 잠복근무 중이던 철중(설경구)은 변의를 참지 못하고 전봇대 뒤에서 볼일을 본 뒤 일어서다가 판초를 걸친 사내와 부딪쳐 넘어진다. 화가 치민 철중은 달려가 사내의 뒤통수를 후려치지만 그의 품에서 나온 비수가 눈가를 스치자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인근 주택에서 칼로 난자당한 노부부의 시신이 발견된다.

철중은 노부부의 외아들인 규환(이성재)을 보고 그가 바로 비오는 날 마주쳤던 사내이자 살인범임을 직감한다. 이때부터 살인의 단서를 찾아내려는 철중과 그를 무력화시키려는 규환의 본격적인 대결이 불꽃을 튀긴다.

언뜻보면 가 버전업된 영화같기도 하다. 형사 철중을 중심으로 상세하게 펼쳐지는 형사들의 일상이 그렇다. 그러나 전작이 그저 배꼽쥐는 웃음거리를 제공했다면 '공공의 적'은 적당한 긴장과 어른스러운 웃음을 준다.

경찰과 범인이 등장하는 영화지만 추리영화는 아니다. 초반부터 영화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친절하게 드러낸다. 범인이 누구인지를 쫒는 것이 아니라 양 극단의 두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철저한 캐릭터 드라마다.

지독한 철중과 악독한 규환. 피 튀기는 그들의 대결을 통해 우리 사회 진정한 공공의 적은 누구인지를 질문한다. 재미난 건 영화사측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우리사회 공공의 적으로 '국회의원'이 지목됐다는 것.

권선징악적 구조에 철저한 만큼 영화는 건전한 메시지를 던진다. 강우석 감독이 지적한 우리 사회 공공의 적인 '돈'으로부터 양산된 패륜아, 불량사채, 부패 공무원을 풍자적으로 꼬집는다. 모두 다 '돈'이 잉태한 불량품들이란 말이다.

국민배우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설경구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몸무게를 10킬로 이상 늘려가며 철중의 캐릭터에 몰입한 그에게선 갈수록 농익어 가는 '배우'의 냄새가 풍긴다. 강신일(엄반장), 이문식(주류업자), 성지루(정보원), 유해진(건달)의 감칠맛 나는 조연 연기도 빛난다.

조직폭력배들의 이면을 담은 영화들이 활개를 친 한국영화에서 그들을 쫒는 형사가 주인공이 된 '공공의 적'이 얼마만큼의 흥행지수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단순 오락영화가 아니라 '사회풍자적 영화'라는 점에서 일단 믿음이 가고 또 그만큼의 대박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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