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7일, 제가 근무하는 학교 인근 대림역에서 극우단체의 혐오집회가 열렸습니다. 이는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집회이며, 9월 25일에도 2차 집회가 이어졌습니다. 더구나 주최 측은 앞으로 한 달간 연속 집회를 예고했습니다. 학교와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특정 국가와 국적을 향한 혐오 구호가 울려 퍼진다는 사실은,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주민 모두에게 큰 불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대림역 주변은 수많은 이주민 가정, 청소년, 이주노동자가 생활하는 주거지이자 일상의 공간입니다. 그곳에서의 혐오 발언은 곧바로 삶의 터전을 부정하는 폭력이 됩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차별과 배제를 몸소 경험하게 하는 아픈 현실로 다가옵니다. 본교 학생의 절반 이상이 이주배경을 가진 상황에서, 혐오집회는 아이들의 마음을 깊게 상처 내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협하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학교장으로서 관계 기관에 대응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구청과 경찰에 집회를 불허하고 학생·주민의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언론을 통해 문제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교육청과 관계기관 언론이 적극 호응하고 있습니다. 혐오에 맞서는 일은 특정 개인의 용기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공동체 전체의 연대와 협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집회가 열리던 주간, 한 학생이 제게 "교장 선생님, 저 사실은 짱깨예요"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순간 교장실은 얼어붙었습니다.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이 '조센징'이라는 멸칭으로 상처받았던 기억이 겹쳐 떠올랐습니다. 그 학생은 곧바로 자신의 표현이 폭력적 언어임을 깨닫고 반성했지만, 저는 다시 한번 확신했습니다. 혐오는 단순히 거리의 구호로만 끝나지 않고, 아이들의 언어와 일상에 스며든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기에 교육 현장은 혐오를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동시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본교에서 동포단체와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연대의 필요성을 확인했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하려면 학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야 합니다. 혐오를 방치하는 사회는 결국 모두에게 불행을 안깁니다. 반대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는 모두를 하나로 만들어줍니다. 구로중학교는 다름을 차별이나 혐오가 아닌 배움의 기회로 삼아 왔습니다. 앞으로도 인정과 존중으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그려갈 수 있도록 교육 주체와 더불어 지역사회와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보장합니다. 혐오집회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폭력입니다. 관계기관은 단호한 대응을 통해 주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며, 교육당국과 지역사회는 아이들이 혐오가 아닌 존중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저는 교장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시민으로서 간절히 바랍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혐오를 넘어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차이를 차별이 아닌 경쟁력으로 만드는 사회, 서로의 존엄을 지켜주는 공동체가 되기를. 그것이 바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의 길이자,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가 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