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르신 버스비가 공짜래요. 주민센터 가서 교통카드 신청하면 된다던데요."
지난해 구로 곳곳에서 이런 말이 퍼지며 큰 혼란이 있었습니다. 서울시 어르신 교통비 무료 정책에 대한 가짜뉴스가 확산되면서, 노인회 회장님들부터 주민센터 복지 담당자들까지 사실 확인과 민원 대응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교통비 지원을 묻는 어르신들의 문의가 이어졌고, 현장은 혼란이 있었습니다.
이런 시점에 '구로구 어르신·아동·청소년 교통비 지원 운동본부'가 결성됐습니다. 2024년 제2회 구로주민대회에서 교통비 지원 요구는 주요 안건으로 상정됐고, 2025년에는 대한노인회 구로지부, 온종일돌봄센터, 지역아동센터협의회, 궁동청소년문화의집 등 당사자 단체들이 함께 참여하며 공동운동으로 확대됐습니다. 불과 3개월 만에 6,300여 명의 구로 주민이 서명으로 뜻을 모았습니다.
이 서명은 일시적인 요구가 아닙니다. 생활 속에서 체감되는 교통비 부담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주민들의 절박한 현실입니다. 서명 참여자의 다수는 어르신들이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어르신들에게 교통비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입니다. 전철은 무료지만, 전철역까지 가기 위해서는 마을버스를 타야 합니다.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가는 길에조차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더위와 한파를 견디며 걷는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미 광명·종로·중구·강남구 등 인근 지역에서 교통비 지원이 시행되고 있다는 점은 구로 어르신들의 절박함을 더욱 키웠습니다.
청소년 교통비 지원 요구 역시 오래된 과제입니다. 2019년 구로 청소년의회와 원탁토론에서 처음 제안됐고, 2022년과 2023년에는 2년 연속 '구로 청소년 10대 정책제안'에 포함됐습니다. 한 청소년은 한 달 교통비가 용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약 5만 원의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하교길에 반드시 따릉이를 이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교육권과 안전, 생활권의 문제입니다.
이동권은 모든 시민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위한 필수 조건이며, 교통약자의 삶을 지키는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입니다. 아동과 청소년에게 이동권은 곧 교육권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하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정책이기도 합니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가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카드', 대중교통 무제한 카드로 확대 논의되는 것은 시민들의 요구가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정책 역시 교통약자에게는 한계가 있습니다. 월 5~6만 원 이상 이용해야 환급 대상이 되는 구조에서는 이용량이 적은 어르신과 아동·청소년이 자연스럽게 배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구로구는 '기본도시 구로 원년'을 선포하며,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삶의 기본 정책방향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교통약자 교통비 지원에 대한 6,300여 명의 주민 요구가 확인됐음에도, 구청은 여전히 '예산 부족', '자치구 단위에서 어렵다'는 답변만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서울시는 이미 교통복지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구로의 현실에 맞는 구로형 대안입니다. 예산과 전례를 이유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속에서 새로운 정책은 만들어집니다. 혁신 행정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교통약자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기본도시 구로'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기본도시 구로의 출발은 선언이 아니라, 어르신·아동·청소년 교통비 지원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 보장에서 시작돼야 합니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의 마음으로 구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행정을 펼치겠습니다'라는 구청장님의 약속을 6,300명 교통약자들의 바램을 듣는 것으로 실천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