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6-09-05 09:04 (토)
[하승수칼럼] 국외출장 항공료까지 조작하는 '비리온상', 지방의회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상태바
[하승수칼럼] 국외출장 항공료까지 조작하는 '비리온상', 지방의회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녹색전황연구소 이사)
  • 승인 2026.02.06 11:37
  • 댓글 0
  • 지면기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방의원들의 비리가 심각하다. 최근에 불거진 김경 서울시의원의 공천헌금 사건은 아직도 지방의원 공천을 둘러싼 검은 거래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김경 의원 사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시의회의 또다른 의원은 교육기자재 납품과 관련해서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작년 12월 구속기소됐다. 작년 8월에는 지능형 교통체계(ITS) 사업과 관련해서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기도의원 3명이 구속됐다. 작년 3월에는 전자칠판 납품 사업과 관련해서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인천시의원 2명이 구속됐다. 이렇게 이권에 개입했다가 구속되는 지방의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지방의원들의 공직윤리 위반은 총체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2024년 11월과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지방의원 이해충돌방지 의무 위반과 국외출장 비리만 보더라도, 지금의 지방의회는 대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개 지방의회에 대해 샘플로 조사를 했는데, 1,391건 약 31억원 규모의 부적정한 수의계약 체결(지방의원 배우자.친인척 등과의 수의계약 체결)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관용차 등 공공물품을 사적으로 사용한 사례도 다수 확인되었다고 한다. 20개 지방의회에 대한 샘플조사결과가 이러니, 전수조사를 했다면 얼마나 심각했을까?
 
지방의회 국외출장 실태 점검 결과를 보면 더 기가 찬다. 이 점검은 전체 지방의회에 대해 한 것인데, 항공권 조작으로 빼돌린 예산만 18억원에 달하고, 체재비 과다지급 및 예산의 목적 외 사용액수가 5억원을 넘었다는 것이다. 

어떤 지방의회는 비즈니스 등급의 항공권을 발권한 것으로 서류를 꾸며 금액을 청구한 후에, 항공권을 취소하고 이코노미 항공권을 다시 발권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차액을 빼돌린 것이다. 

또 다른 지방의회는 항공권의 항공료 부분을 변조하여 실제 금액과 다른 금액을 항공권에 기재하는 방식으로 항공료를 청구했다고 한다. 이런 식의 항공료 조작이 일어난 지방의회가 최소 87개에 달한다. 

이런 국외출장 비리와 관련해서는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실무공무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경향도 보인다. 최근에는 국외출장 비리와 관련해서 경찰 조사를 받은 경기도의회의 30대 공무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해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정도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가 막막한 수준이다. 지역주민들의 삶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이 지방의회인데, 지금의 지방의회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수준을 넘어서서 비리의 온상이 된 상황이다. 
 
물론 모든 지방의원들이 이런 것은 아니다. 의정활동을 통해서 지역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려고 애쓰고 있는 지방의원들도 있다. 문제는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의정활동을 성실하게 한 지방의원이 살아남는 구조가 아니라, 어떻게든 거대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재선이 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지금 지방의회의 문제점은 결국 선거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정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 보장되는 선거제도로는 지방의회를 개혁하기란 불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성남시장 시절에 '살당공락(살인자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고 공자님도 공천을 못 받으면 낙선한다)'라고 부른 것이 현재의 지방의원 선거제도이다. 2022년 지방선거의 경우에는 500명이 넘는 무투표 당선자가 나온 것이 지금의 선거제도이다. 

방법은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경쟁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기초의원 2인 선거구 폐지, 광역의원 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런 대안들도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가장 바람직한 것은 개방명부(open list)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개방명부 비례대표제는 정당에게도 투표하고 후보자에게도 투표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의석은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정당에게 배분하고, 그 정당에서 누가 의원이 될 지는 후보자별 득표수로 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대양당은 이런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이다. 지방의회 개혁에는 관심이 없고,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공천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사이에 지방의회는 최악의 상황이 되고 있다. 

만약 선거제도가 개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지방선거를 맞게 된다면 유권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최소한 정당기호만 보고 투표하는 것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민주주의의 뿌리가 썩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