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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칼럼] AI 광풍과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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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칼럼] AI 광풍과 기후위기
  • 하숭수 변호사
  • 승인 2026.08.31 10:16
  • 댓글 0
  •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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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의 폭염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그나마 대한민국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었다. 유럽은 초유의 폭염을 겪었고, 내륙의 원전들은 냉각수를 조달할 수 없어서 가동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날씨가 선선해지면 사람들은 다시 기후위기를 잊어먹을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반도체와 AI 얘기만 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지구의 온실가스 농도는 계속 올라가고, 기후위기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특히 반도체와 AI 광풍은 기후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엄청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반도체 산업의 다른 측면은 막대한 전력과 물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전력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발전소도 더 사용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화석연료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전력수요를 줄이고 분산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경우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산업시설과 인구가 비수도권으로 분산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지금처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전환이 어렵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경기도 용인에 추진되고 있는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이다. 전력도 없고 물도 없는 용인에 10GW 가까운 전력을 필요로 하는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추진하다 보니, 6기나 되는 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짓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그런데 6기의 발전소에서는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전력도 없는 수도권에 졸속으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추진하기 때문이다. 악수가 또 다른 악수를 낳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렇게 화석연료 발전소를 6기나 지어도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의 30%밖에 공급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나머지 70%의 전력을 위해 곳곳에 초고압 송전선을 건설하려고 한다. 환경도 파괴하고, 지역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에 포함시켜 추진하고 있는 AI 데이터센터이다. 이 데이터센터는 정확하게는 기업들이 짓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마치 자신들의 사업인 것처럼, 발표하고 강행하려고 한다. 

문제는 총 18GW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AI데이터센터에 전력과 물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무리 태양광과 풍력이 늘어난다고 해도 줄여 나가야 하는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하기도 빠듯할 수밖에 없다. 지금 가동 중인 원전도 노후되면 폐쇄해야 한다. 그러니 AI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전력을 공급한다는 것은 큰 무리가 따르는 일이다. 그런데도 임기 4, 5년에 불과한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현실적, 생태적 한계를 무시하고 추진하고 있다. 자칫 큰 문제가 생길 상황이다. 

물도 문제이다. 지금 미국 곳곳에서는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반대운동이 격렬해지고 있다. 전기요금 상승과 물 문제 때문이다. AI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막대한 물 때문에, 생활용수와 농업용수가 위협받고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물'이라는 구호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는 AI 데이터센터를 밀어붙이겠다고 하니,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AI 데이터센터 사업의 주체가 국가인 것도 아니다. 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하는 SK나 GS같은 기업들이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아니다. 그러니 잘해야 AI 데이터센터를 지어서 해외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에게 임대하는 형태의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전력과 물 문제 때문에 꺼려 하는 AI 데이터센터를 국토도 좁은 편인 대한민국에서 해외 기업 임대용으로 건설할 필요가 있는가? 그로 인해 대한민국의 땅과 전력, 물을 소모하는 것이 기후위기 시대에 적절한 일인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기후위기가 낳을 식량위기에 대비하는 것이다. 폭염, 가뭄, 홍수, 전쟁 등으로 인해 글로벌 식량공급 체계가 날로 불안해지는 상황이다. 곡물자급률이 20% 남짓한 대한민국은 국가의 모든 역량을 식량주권 확보에 쏟아도 모자랄 상황이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은 국민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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